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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작, 작품뒤의 이야기
by 애니프로듀서


" 그거 알아? "
" 벛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주고 받은 대화의 내용이 시간이 지난 어느날 자신의 머릿 속을 꽉 채워버렸다는 것을 느꼈을 때, 여러분은 과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결국 대화의 근원을 찾아 움직이느냐, 아니면 머릿 속에 그대로 묻어두느냐 겠죠.  뛰어난 서정성으로 21세기의 ' 동화 ' 를  그려가고 있는 젊은 감독 신카이 마코토가 자신의 공식적인 4번째 작품 ' 초속 5cm ' 를 드디어 내년 1월 시부야 시네마 라이즈에서 공개하기로 확정하였습니다.

1. 가슴으로 들어와 머릿 속에 남은 장면- 그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 하기 전에 잠깐 신카이 감독의 능력을 한 번 들여다 봅시다.  ' 빛의 마법사 '라는 예명이 무색하지 않게 신카이 감독의 애니메이션 속의 화면은 명암과 대비의 절묘한 조합으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마치 꿈 속의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은 이러한 신비감은 아직까지는 신카이 감독 외에 그 어느 누구도 모방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미술작품이라는 다소 해괴한 복합어도 나올 정도인데, 사실 신카이 감독이 쓰고 있는 배경 툴이 그다지 특별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Lightwave 라는 배경 툴을 이용해 정말로 극한에 가까운 사실감을 묘사해 보여준 쪽은 스퀘어에닉스 쪽이죠.(파이널 판타지 7 AC)
색채도 물론 아름답습니다만, 어차피 tool의 이용자인 이상 , 업계의 다른 기술자들이 표현해내지 못할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두 눈이나 카메라를 통해 접한 광경을 자신의 내면 안에서 어떻게 해석해 낼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신카이 감독은 이 점에서 볼 때 업계의 다른 경력자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능력을 하나 갖고 있습니다.  바로  ' 공간의 폭넓은 이해능력 ' 이 그것입니다.  업계에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이해가 잘 안되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시에 , 콘티가 작성되면 가장 먼저 들어가는 작업이 바로 ' 레이 아웃 ' 입니다.  이는 빈 카메라 촬영 용지에 해당 애니메이터가 동화 작업이 완료되었을 경우를 머릿 속으로 상정하면서 콘티의 내용에 따라 기초가 되는 설계작업을 행하는 단계인데, 그 기초작업이란 A. 캐릭터 디자이너가 설정한 캐릭터의 모습(얼굴,표정,몸의 밸런스-3~8등신), B  촬영 초수에 따른 움직임의 설계, C. 캐릭터가 움직이는 공간(배경)의 설계 등을 말합니다.  이 중 레이 아웃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B와C라고 하겠습니다.    A의 경우엔 후속 작업시에 다시 한 번 수정을 할 기회가 있습니다만(원화작업시)B와 C는 한 번 결정되어 버리면 수정을 가하기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카메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예 작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레이 아웃 작업을 도 맡아 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 카메라 귀신 ' 들이며 업계에서의 경력도 오래 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일본의 경우입니다.)
다음의 그림을 한 번 보시죠.



흔히 업계 용어로 이러한 풍의 화면을 ' 望遠風 ' 이라고 표현합니다만, 화면내의 대비를 잘 보시죠. 카메라의 초점은 두번째 자동차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배율과는 상관없이 카메라로부터 둘 째 자동차까지의 거리가 10m이고 다시 자동차에서부터 화면 끝에 보이는 집까지의 거리가 50m라고 상정하였을 경우 , 레이 아웃 작업자는 다음의 사항을 결정하면서 작업에 임해야 합니다.
가. 먼저 eye-level은 화면 어디로 설정할 것인가?
나. 설정된 eye-level로 보았을 때 화면의 어느 부분이 가장 선명하게 표현되어야 할 것인가?
다. 자동차 앞에 카메라가 있을 때 설정 자료집의 배경상 그 앞의 광경은 평면에서 어느 정도 굴곡이 되어 있나?
라. 자동차 앞의 광경은 50m 반경 안의 여러가지 장면 중 캐릭터 두 명을 부각시키기 위해 망원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그렇다면 주변의 많은 장면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게 되는데 어느 부분까지만 화면에 포함시켜야 할 것인가?

대충 이 정도 입니다.  신카이 감독은 이 네 가지의 기술적 고려 위에 공간을 조금씩 구부려 화면 안 밸런스를 다시 짜 맞추어 놓습니다.  쉽게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배경의 경우 거의 모든 컷트가 신카이 감독 단독으로 진행됩니다. 그의 이러한 유별난 집착에 대해 애니메이션 작가 로서의 자부심이 신카이 감독을 채찍질 하고 있다 라는 인터뷰 기사가 한 번 나온 적이 있는데 별로 동의하진 않습니다.  그 자부심이 너무 높아져 버려 초심을 잃어버린 모 유명감독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죠.  신카이 감독이 사랑받는 이유는 별다른 잡생각 없이 오로지 ' 작품 ' 하나만 신경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와 그의 대화에서 남긴 말 하나만 공개 합니다.
" 애니메이션은 손과 가슴과 머리를 사용하라고 나온 문화 장르에요.."

2. 신카이 감독의 감성 -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를 아울러 -

그의 작품을 느긋하게 생각하며 보게 되면 (제 경우엔 거의 콘티 지만), 이 사람은 과거 현재 미래 라는 낱말이 갖고 있는 美의 속성을 나름대로 철저히 연구하였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과거는 추억과 기억의 단편으로 아름답고 , 현재는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아름답고, 미래는 상상하는 것으로 아름답다 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애매한 세가지의 불 가별의 미를 신카이 감독은 자신의 화면으로 드러내며 그 독특한 색채를 보여주고 있는데, 금번 작품 ' 초속 5cm ' 역시 그의 감성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른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여태까지와는 달리 단편 3부작을 연작하여 공개하기로 되어 있습니다만, 옴니버스성은 그다지 없습니다.  다만, 보여주고자 하는 서정적 느낌이 확연하게 각 단편마다 구별되어 있어 1월에 공개되면 감상하시는데 한 가지 포인트로 삼으실 순 있을 겁니다.  다만 이 블로그에서는 내용 공개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명백한 배임행위가 되기 때문에..

1.  桜花抄( おうかしょう)  - 벛꽃달기
 - 원래 일본어에서 뒤에 이 뽑을 초(抄)를 붙여쓰게 되면 어떤 기록문서나 사서의 ' 주석을 달아놓다 ' 라는 의미가 됩니다.  어원에서 느껴지는 문학적 센스를 토대로 ' 주석을 다는 것 처럼 벛꽃을 (내 가슴에) 달아놓다 ' 라는 서정적 의미로 바꾸어 놓은 것이죠.  사실 이건 신카이 감독에게 직접 물어본 것은 아닙니다만 콘티의 내용을 토대로 제가 이해한 의미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2.  コスモナウト - cosmonaut(우주비행사)

- 코스모넛으로 발음되는 원어가 일어에선 코스모나우토가 됩니다...ㅡㅡ;
cosmonaut은 astronaut과 구별하여 ' 구 소련 '과 ' 러시아 ' 의 우주비행사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일본이 최초로 구 소련을 통해 객원우주비행사를 보냈기 때문에 그 이후로 우주비행사를 통칭하는 용어가 이것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3. 秒速 5  センチメートル - 초속 5cm

- 예고편 트레일러에 나와 있듯  ' 벛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 라 상상이 가시겠죠.
꽃 잎이 나무에서 떨어져 나와 얕은 바람에 흩날리며 땅에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리적 속도로 우리네 감성의 속도를 과연 표현할 수 있을까요? 표현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제게 있어선 정말로 오랜만에 기다려 지는 작품이기 때문에, 촬영이 아직 진행 중인 지금도 두근대는 가슴으로 잠 못자는 밤을 지내고 있습니다.  행복한 고민일까요~ ^^ ;
이상  애니 PD 였습니다.
by 애니프로듀서 | 2006/08/20 23:45 | 거래처제작사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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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서비의 다락방 at 2006/12/05 07:14

제목 : [본문스크랩] 초속 5센티미터 자막 포함 예고편 동영상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작!! 초속 5센티미터! 더이상 이 엄청난 퀄리티에 무슨말을 하리오?! 지금 이 광고가 본사이트에서는 기간한정으로 예고편 동영상을 띄운다고 합니다. 아... 봐도 봐도 이 예고편만 봐도 감동이 -_ㅠ乃...more

Commented by 몽몽 at 2006/11/17 01:00
"애니메이션은 손과 가슴과 머리를 사용하라고 나온 문화 장르에요.."
->정말 신감독님다운 말씀입니다. 또 한번 감동이 밀려오네요 :)

桜花抄가 그런뜻이었군요. 저는 벚꽃풀잎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마지막글에 공감이 절로 가네요^^
저도 개봉할때만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답니다 하하하.

보태기) 저 모 유명감독은 누굴까요 .. 그분일려나.
Commented by 몽몽 at 2006/11/17 01:04
트랙백을 몹시도 걸고 싶은데 제 블로그의 글은 몹시도 허접하여 차마 못 걸겠고
신카이씨의 팬들이 이런 글을 많이 읽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포스트에 링크나 걸어노렵니다. 초속5cm에 관한 이런 전문가수준의 글을 보는건 또 처음이네요.
Commented by 애니프로듀서 at 2006/11/18 00:17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 좋은 교류 나누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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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 밝았습니다. 얼마전 손을 다치는 바람에 글 작성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제 2007년에 좀더 의욕적으로 블로그 활동 시작할까 합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만 생기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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