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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작, 작품뒤의 이야기
by 애니프로듀서
Brother.wma
강철의 연금술사..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상당한 뒷북입니다. ㅡ.ㅡ; 이 작품은 제가 이글루 활동을 시작할 무렵에 이미 시리즈 전편이 종료되어 있었고 , 인터넷에는 이미 수많은 블로그와 카페가 만들어져 있어 굳이 이 유명하기 짝이 없는 작품에 대한 잡설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더군요. 하지만 작년 말에 극장판-샴발라를 정복하는 자- 가 개봉되고 이어 DVD판이 발매가 되면서 계속해서 진행중인 만화속 세계관 과의 차이가 어느 정도 정립된 것 같아 이제서야 조심스레 감상평 및 세계관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1. 미나미 마사히코, 다케다 세이지, 아이카와 쇼, 그리고 아라카와 히로무

강철의 연금술사의 pre-production 단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세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위의 인물들을 들 수 있습니다.  행여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부연드리자면 미나미 마사히코와 다케다 세이지는 Bones의 프로듀서(미나미씨는 대표이사이기도 하죠) , 아이카와 쇼는 각본담당, 그리고 아라카와는 원작자입니다.

공교롭게도 PM과 PD업무를 지금 동시에 보고 있는 저로서는 이 세사람과 극장판 제작당시(거의 막바지작업때였죠..)자주 접촉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이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창작의 테두리를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때 오고간 이야기들과 공식 인터뷰내용을 토대로 작품의 근간이 된 사항들을 늘어놓도록 해 보겠습니다.

애초에 단행본 1권이 발간된 후에 미나미씨가 작품제작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 과학적 신비주의 세계관 ' 때문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라는 연금술 고유의 신비주의와 ' 유에서 유를 창조한다 ' 라는 현대 과학적 세계관이 결합되어 ' 등가교환 ' 이라는 원리가 나타나게 된 것이죠.  연금술이라는 매개체가 ' 마술 ' 이 아닌 '과학'으로 인식되고 있는 세계, 그것이 바로 ' 에드 '와 ' 알 '이 살고 있는 세계입니다.  이 작품의 감독인 미즈시마 씨도 이야기 했지만 , 사실 단행본 1권이 막 나왔을 때만 해도 업계관계자들에겐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복잡다난한 이유들이 난무합니다만, 두 가지만 들어보면 먼저 원작자인 아라카와 히로무가 신인작가라는 점, 그리고 ' 연금술 ' 이라는 소재가 이 때까지만 해도 일본 내에서는 오컬트 매니아들의 전유물 같았던 것이라서 세간에 그다지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 등이 있겠습니다.  미나미씨는 ' 인간의 정신도 과학적 테두리 안에서 설명할 수 있다 '라는 작품의 전제에 가장 큰 동기부여를 받아 기획에 착수하기로 했는데, 막상 앞의 두 문제(하나는 작가의 실력검증문제, 다른 하나는 자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보니 비용도 비용이지만 구체적인 다음 단계가 보이질 않더라는 이야길 하더군요.

이러한 면에서 미나미씨가 다케다 PD와 아이카와 SE를 데리고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강철의 연금술사 기획을 전두지휘한 다케다 PD는 첫번째 문제에 관해 " 일단 만나보자. 스토리 공개및 변경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뒤로 하고 틀림없이 훌륭한 2인 3각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가 설득해 보겠다.  오히려 신인이기 때문에 기획에 있어선 더할 나위 없는 경우로 볼 수도 있다. "  그리고 두번째 문제에 대해선 " 아직도 아이카와를 잘 모르나? 다루긴 어려워도 실력만큼은 내가 보장한다. 화면 편집을 따로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훌륭한 구성을 끌어낼 것이다. 난 이 문제에 관해선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데, 미나미 당신은 지금....떨고... 있나? " ^.^

여담입니다만 다케다 PD는 업계내에서 소문난 달변가입니다. 누구에게나 거드름 피우는 방송국 PD는 물론이고 심지어 언론사 편집장들도 이 사람의 유창한 입담에 혀를 내두르며 설복당하곤 하는데, 시골에서 상경해 이제 연재다운 연재를 시작한 아라카와씨와의 대면..결과는 뻔한 것이었고, 실제로 아라카와씨는 다케다 씨와 이야기하는 도중에 ' 네 ' 이외에는 단 한마디도 못했다는 조금 과장된 소문도 떠돌았습니다.  어쨌든 그 결과 참으로 오랜만에 원작자와 애니제작진과의 환상의 콤비플레이가 이루어졌고 원작의 영역으로부터 ' 독립된 고유의 영역 '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라카와 히로무는 자신이 신인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시종일관 겸손한 자세로 작품 제작에 협력을 아끼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자신의 진행되는 원작의 내용도 한층 그 무게감을 더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이카와 쇼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해 보죠.  직접 만나 이야기도 해봤습니다만, 유쾌한 사람은..아닙니다. 같이 있으면 왠지 모르게 추워지는 느낌을 받는..ㅡ.ㅡ; 낯가림도 장난이 아닙니다.  5명분의 변기가 있는 화장실을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쓰는 사람입니다. ㅠ.ㅠ Bones 본사에선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라서 어지간하면 회사출근을 안시키고 집에서 작업하게 놔둡니다. 그냥 귀찮아도 제작진행자들이 집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원고 가지고 오죠.  그런데, 이 사람이 작업한 스토리 보드(그림 제외한 시나리오)를 보면 그저 감탄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그림콘티를 작업하는 사람들이 최단시간내에 작업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조각난 각 코마의 내용들을 정말 미려하게 조합해놓습니다.  스토리 에디터라는 Staff 이름이 오프닝에 등장한 것만 해도 (보통 구성 또는 각본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말이죠.) 이 사람에 대한 제작사의 예우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소년의 성장, 모든 것을 가슴에 품고 앞으로

이 작품의 감독 미즈시마씨가 여러차례 인터뷰에서 밝혔듯 작품의 중심적인 흐름은 ' 에드 ' 의 ' 성장 ' 입니다.  잇달아 벌어지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주인공인 에드워드가 항상 무언가를 ' 결행 '하게 되는 촉매가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얻게 되는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에드라는 캐릭터 안으로 흡수되어 갑니다.  이 경험을 기반으로 주인공 에드는 정신적인 성장을 거듭하게 되며, 훌륭한 청년으로 탈바꿈 됩니다.   에드의 성장을 가장 적나라하게 엿볼수 있는 대목은 바로 ' 에드의 목적 ' 인데,  잠깐 길게 부연해 볼까요? 

단순한 지적호기심에서 연금술 습득 ==> 어머니의 부고 ==> 비극적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던 두 형제의 인체 연성 ==> ' 문 ' 저편에 에드의 한쪽 팔과 다리, 그리고 알폰스의 몸 전체를 빼앗기는 더욱 더 비참한 현실로 추락 ==> ' 죽음 '이란 절대적 현실 인정, 어머니 연성포기, 알폰스의 몸을 되찾아 주기 위해 국가 연금술사로 ==>' 현자의 돌 ' 존재 인식 ==> 현자의 돌 제조와 관련한 비밀을 둘러싸고 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 추악한 과거의 진실 ,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현재의 지난한 선택 ==> 이별

이 스토리 라인을 보게 되면 에드가 시간이 지나면서 가슴속에 하나 둘 씩 무엇을 넣고 품어왔는지 상상이 가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가지, 에드와 알의 정신과 육체가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 공존했으면 하는 ' 바램 ' 뿐인데, 이 마무리를 위해 극장판 ' 샴바라를 정복하는 자 ' 가 기획되어 작년에 개봉되었습니다.

극장판은 한 마디로 ' 장성한 에드워드 '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되고 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극장판 오프닝 곡 직전에 오버랩되는 문 저편의 ' 에드 '와 과거의 ' 에드 '의 모습은 같은 얼굴과 표정을 하고 있더라도 ' 이미 많은 것을 보고 품어버린 남자의 모습은 전혀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다 ' 라는 거겠죠.


결국 이 두 장면이 극장판 작품 전체라고도 이야기 드릴 수 있겠네요.

과거 자신이 경험했던 괴롭고 슬프고 아련하고도 그립기도 한 모든 추억들이 현 세계의 에드의 표정 속에 모두 함축되어 있는 듯한 기분 마저 듭니다.   극장판의 에드워드 엘릭은 사실 너무나 갑작스레 어른이 된 듯한 느낌도 듭니다만, 확실히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

연금술이라는 수단은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능력이며 문의 안쪽에서 ' 강철 ' 이라는 명성과 더불어 에드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해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드는 결국 만능에 가까운 이 수단마저 거부하고 다시 문 저편으로 되돌아갑니다.  어떤 뛰어난 수단이라 할 지라도 결국 그것이 자신의 ' 목적 ' 만을 위해 사용되어 질 경우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는 ' 경험 '이 그의 발걸음을 다시 되돌리게 되죠.  ' 너무나 많은 것을 가슴 속에 품어버린 남자, 그래서 과거 속으로 되돌아 가지 않고 힘든 외길 앞을 다시 가려는 남자 ' 그것이 바로 에드워드 엘릭입니다.

저로선 조금 쌩뚱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작품 속에 하나 있긴 한데 바로 다음 장면입니다.  대사와 함께 실어보죠.

 


에드 : " 문을 부수지 않으면 안돼, 알 , 너도 그 문을 부수는 거야 , 두번 다시 통로가 열리지 않도록 "

알 : (절규하며) " 윈리는 어쩔 건데? "

에드 : (잠시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윗 장면이죠) (윈리가 다시 붙여준 오토메일을 들어보이며)" 이거! 고맙다구 전해줘"

알 : (절규하며) " 형! 형!~ 혀~엉~!"

 


윈리 : (에드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슬픈 표정으로) " 이제, 기다리게 해 주질 않네 "

사실 윈리가 에드에 대해 어떤 연정을 품고 있다는 것이 가시화 된 적은 없습니다. 그저 가족애와 비슷한 감정으로 표현되었었죠. 물론 원작인 아라카와씨의 만화에선 드디어 나오고 있습니다만~ 어쨌건 에드를 붙잡아두려는 알의 마지막 비장(?)의 무기로서 윈리가 언급되고 , 윈리는 에드가 단 하나 갖고 있는 문 안쪽의 미련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마저 내치고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을 위해 다시 문 저편으로 떠나는 에드의 모습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뒷 모습으로 팬들의 눈에 각인되었습니다. 

언젠가 저 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 할 지라도 , 한국인의 정한을 제대로 그려낸 작품을 TV 로 내보내는 때가 반드시 도래하길 기원하며~ 이만 한 참 늦은 뒷 북 포스트 ' 강철의 연금술사 ' 를 마무리 짓습니다.

by 애니프로듀서 | 2006/03/04 23:16 | 만화와 애니의 갭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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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라떼 at 2006/07/02 14:42
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샬랄라 at 2007/11/03 21:56
한참 뒷북으로 늦게 읽은..;; 어쨌든 재밌었어요... 이 작품은 스토리 전체 내용이 비극적이라 오히려 마음속에 각인되고 잊을수 없는 작품인것 같습니다.
위에 저장면... 잊혀지지 않네요....
극장판에서의 결말은 솔직히 맘에 안들어서 코믹스의 결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제발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네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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