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애니메이션 제작, 작품뒤의 이야기
by 애니프로듀서
2. 뉴 타입 - New Type : 끊임없이 번뇌하는 자아, 잔혹한 우주

건담을 몰 수 있는 인간은 그야말로 ' 특별한 인간 ' 입니다.  그런데 만능의 세계관을 탈피하여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이루고자 했던 당시의 기획자들은 이 ' 특별성 '과 '보편성' 을 어떻게 절충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해 남다른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Z 건담의 ' 카미유 비단 ' 을 통해 다소 불만족스러운 해답을 내놓게 됩니다.
토미노 감독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제게 오지 않았습니다만, 전 카미유 비단이라는 캐릭터의 모티브를 어디에서 따 왔는지 확신하고 있는 바가 있습니다.
바로 19세기의 비운의 천재 수학자 ' 에바리스트 갈르와 ' 입니다.
이사람의 일생기는 수학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으신 분들이라면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만,  몇 가지 특징은 여기에다가 적어보죠. 카미유라는 캐릭터와 비교해 보시길 바랍니다.
1. 16세 부터 수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 단 5년만에 향후 100년간 추앙받을 수학적 업적을 남김 (群論)
2. 현실과 전혀 타협할 수 없는 이상적이고 과격한 공화주의자
3. 그 과격한 정치적 성향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묻게 만들어 버린 비운의 천재
: 소피제르맹과 코시라는 수학자 이외엔 누구도 그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4. 세상의 벽에 가로막혀 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고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비난했으며, 더우기 죽는 방법 조차  스스로 원치않던 모습으로 다가왔다는 것. (스테파니라는 여인을 사이에 두고 약혼자였던 데르벵빌과의 결투에서 사망)

많은 분들이 Z 건담의 카미유 비단을 보고 난 후에 한 결같이 하시는 말씀들이 ' 왜 저렇게 이상해져만 가냐?' 하는 건데, 사실 이런 감정의 저변 속에는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 안타까움 ' 이 짙게 깔려져 있습니다.  어떤 애니메이션의 어떤 주인공 캐릭터도 극복해 내는 사소한(?) 것들이 (어째 뉘앙스가..)Z 건담의 카미유에게만은 극복되지 않기 때문이죠.  야다테 하지메(극본 담당)와 토미노 감독은 ' 퍼스트 건담 ' 에서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던 전장 속의 인간이 갖는 불안한 정서를 아예 주인공 캐릭터 하나에 모두 몰아 버리는 ' 잔혹성 ' 을 발휘, 건담의 내적 세계관을 더욱 넓게 확대시키게 됩니다.
퍼스트 건담의 ' 아무로 레이 ' 역시 카미유와 같은 불안정 상태를 기반으로 하는 캐릭터 입니다만,  아무로의 경우엔 그 불안정 심리가 어디에서 기인하였는지 작품 속에서 명확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뭐 전통적인 방식입니다만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의 해소가 바로 사건 갈등의 해결로 이어지는 등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죠.   아무로는 Z 건담과 후에 나오게 되는 ' 샤아의 역습 ' 을 통해 가장 완벽한 뉴타입으로 성장, 팬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게 됩니다.
역설적입니다만, 야다테와 토미노는 공상적 세계관 속에 자리잡는 인간의 모습 자체를 ' 뉴 타입 ' 이라는 설정으로 특화시켰으며 이 때문에 토미노의 그림 콘티는 당시 작화 스탭들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연출과 내용으로 가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01번 컷트: 콕피트 내에서 카미유, 자신의 아버지를 다시 발견 , 입가에 희색을 띄운채 대사 
                반가운 표정이 아니라 잘됐다 이 기회에.. 라는 회심의 표정

====> 자신의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카미유는 어머니의 죽음을 알림으로써 이제 완전한 가족관계의 단절을 선언하게 됩니다.  즉 " 당신이 어머니를 그 모양으로 만들었으니 이제 당신도 똑같이 내게 당해 봐라 " 하는 심리상태가 압축되어 있는 거죠.  애니메이터 역시 사람인 이상, 앞 컷트에서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일그러져 있는 표정으로 감정을 이입시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이런 애매한 표정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당연히 혼란이 일게 됩니다.  이 때문에 결국 애니메이터들은 연출자들과 끊임없이 콘티 내용에 대해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되는 거죠.

 애초에, " 미래형 인간" 으로 설정되었던 New Type은 인간이 갖는 생리적이고 물리적인 환경의 적응능력의 차이 보다도 오히려 심리적 환경의 적응능력이 어떠한 가에 더 주안점을 둔 설정으로 바뀌어지게 됩니다.  이 Z 건담의 완성으로 인해 선라이즈는 아톰을 즐기던 60년대의 베이비세대가 별 무리 없이 성인이 되어서도 메카닉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게 되었고 이후 건담의 시대적 배경을 더욱 분화시켜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구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됩니다. 

" 아름다운 플레어, 수십억의 별 빛이 나와 함께 하더라도 나를 지칭하는 것은 내가 들고 있는 총과 내 몸에 스며들어있는 피냄새 일 뿐이다." - 레마르크 [ 서부전선 이상없다 ] 에서

by 애니프로듀서 | 2005/12/30 21:34 | 메이저제작사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FullTsr.egloos.com/tb/198420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 다음 페이지 >>

카테고리
이전 블로그
이글루 링크
최근 등록된 덧글
한참 뒷북으로 늦게 읽은...
by 샬랄라 at 11/03
구체적인 서술 덕분에 ..
by 도라지 at 10/01
초속 5cm.. 여러가지로..
by Jung at 04/07
오랜만에 글이 올라왔네..
by 히에즈네 at 03/06
1년정도 참고 기다린 뒤...
by 아이끼치 at 03/06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
by 애니프로듀서 at 11/18
트랙백을 몹시도 걸고 ..
by 몽몽 at 11/17
"애니메이션은 손과 가슴..
by 몽몽 at 11/17
얼마든지요~^.^ 허접..
by 애니프로듀서 at 10/25
안녕하세요, 이 글 퍼가..
by 밍나 at 10/25
오늘의 근황
신년이 밝았습니다. 얼마전 손을 다치는 바람에 글 작성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제 2007년에 좀더 의욕적으로 블로그 활동 시작할까 합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만 생기시길 기원합니다. .~
이글루 파인더
rss

skin by 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