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인지, 만화를 읽다 보면 어느새 애니화로의 가능성 여부를 항상 타진해 보곤 합니다만, 어떤 작품들은 차라리 애니화를 시키지 않은 것만 못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됩니다. 어디까지나 제 사견이긴 합니다만,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아다치 미쯔루씨의 만화들을 예로 들 수 있을 겁니다. 많은 분들이 인정하시는 대로 이 사람의 만화는 소재나 설정을 토대로 재미를 찾기 보단, 바로 구성의 독특함을 그 주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나 일본인의 취향에 그대로 들어맞는
" 절제의 미학 " 을 누구보다 탁월하게 구사해 왔기 때문에 만화의 지면이 아니면 제대로 표현될 수 없는 컷트의 구성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제가 1991년 대학에 입학 당시, 이 사람의 단행본 발행 부수가 ' 1억부 '를 돌파하여 (출판사는 소학관)이 사람의 작품들을 다시 기념 와이드판 형태로 제작하여 내놓았던 기억도 납니다.
아무튼 이러한 특성 때문에(대부분이 학원 스포츠물이라는 것도 그렇죠.)아다치의 만화는 애니화를 시키면 시킬수록 만화가 갖는 독특한 맛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 사람의 원작물중 애니화가 된 것 중에 그나마 괜찮았던 것이 ' 미유키 ' 하나 정도라 봅니다.)
이렇게, 설정, 인기, 스토리 모두 무난한 경우에도 그 작품 자체가 갖는 개성이 너무 강해 애니화로의 접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애니 기획자가 앞의 3요소만 갖고 제작 스탠바이를 시키게 되면 거의 99%실패 하게 되죠. 현재 일본에서 극비리에 기획 논의가 진행중인 한 작품도 바로 여기에 해당됩니다.
잇시키 마코토 원작의 ' 피아노의 숲 ' 이 그것입니다. 이 작품이 애니화 되기 어려운 이유는 딱 한가지 , 연주상의 연출 때문입니다. 작품 내용 속에 등장하는 클래식 연주곡들은 이야기 흐름과 맞물려 ' 교과서적 연주 ' 와 ' 연주자의 해석 연주 ' 로 크게 나눌 수가 있는데 , 이 두 부분에 대한 확연한 차이를 제대로 구현해 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먼저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청자들의 귀가 그것을 구별해 낼 수 있을 것인가도 문제이지만,
한 개의 곡을 두고 5-6명의 아마추어가 제각기의 ' 서투른 색깔 '로 연주하는 것을 어떻게 ' 녹음 ' 할 것인가 자체가 더 큰 문제이죠. 자칫 콩쿨 준비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돈을 주고 섭외를 했다간, 당장에 해당 제작회사는 문을 닫아야 할 거고..거액을 주고 일반 피아니스트를 섭외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지금 모 제작회사에서 이에 대한 콘티 구성을 잇시키 마코토와 협의 중이라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 지금 출장중인데..TBS PD 한 사람이 귀띔 해주더군요..)
개인적 사견으론, 전 이 작품 애니화 시키는거 절대 반대입니다. 작품의 질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99%이고 , 무엇보다도 듣지 않고 상상함으로써 곡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없어져 버릴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발..원작에만 충실해 주길..잇시키 마코토~~!!
- 7월 출장 중 도쿄 록본기의 한 호텔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