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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작, 작품뒤의 이야기
by 애니프로듀서

이전 두 포스트에서 잠깐 소개드렸듯이 , 현재 일본 내의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중 빅 3로 불리는 곳은 프로덕션 I.G, 스튜디오 지브리, 선라이즈 입니다. 이 회사들이 빅 3로 불리는 이유는 뭐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간단하게 이야기 드리자면 상업적 네트워크(자본 출자, 기획, 제작진 규모, 마케팅 및 저작권 라이센스 클라이언트 확보 등..)가 가장 탄탄하다는 말로 설명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회사 규모는 숫자로서 결정되니까요.
그런데, 순수한 인적자원 측면에서 볼 때, 이 3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정상급 애니메이터 숫자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통상적으로 1년에 약 천만엔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애니메이터 (작화감독 포함)를 정상급으로 분류하는데, 빅 3에 전속으로 소속되어 있는 ' 정상급 ' 은 약 1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0%가 프리랜서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 90%에 속한 정상급 프리랜서들의 대부분이 한 번 이상씩은 MAD HOUSE 안에서 작화 경력을 거친 사람들이라는 건 일본 업계 내에선 상식이 되어 있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일본의 작화 애니메이터들과 MAD HOUSE간에는 기묘한 유대감 및 연대감이 형성되어 있어 전속, 비전속에 상관없이 MAD HOUSE 제작 담당자가 ' 작업 좀 도와주십시오 ' 라고 부탁하면 외부 다른 스튜디오에 소속되어 있다 하더라도 작업 수주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됩니다. 다른 어느 스튜디오 보다도 신인 작화 인력 발굴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회사이고, 작화 선후배 간의 긴밀감이 남 다른 곳이 바로 이 곳입니다.
MAD HOUSE가 위의 빅 3에 끼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도 작화 인력 관리로 인한 비용 차출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자본금 규모로만 따지면 도에이, 선라이즈와 비등한데 말이죠.

1997년 개봉된 ' 퍼펙트 블루 '는 본래 영화로서 기획되었던 작품입니다. 애시당초 미스테리 스릴러물을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고 하는 것은 ' 자 , 이제 드디어 우리 회사를 원 없이 망가뜨릴 시기가 왔다 ' 고 인정하는 것이나 진배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기획자 스스로도 애니화는 꿈도 꾸지 않았었다고 이야기한 작품이죠.
기획 후 여 주인공(3인 아이돌중 미마 역)캐스팅만 결정되었어도 어떻게든 영화로 크랭크 인 하게 되었을 겁니다.
제작 스탭 수배 중에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아키라, 노인Z, 메모리즈, 스팀보이)의 소개로 곤 사토시(당시 33세)- 만화가, 미술감독-가 세상에 나오게 됨으로써 결국 이 작품은 애니화라는 외길로 걸어가게 됩니다.
개인적인 사견입니다만, 사실 MAD HOUSE라는 최고의 작화 퀄리티를 보유한 회사가 없었다면 곤 사토시라는 인물은 그늘 속에 묻힌 채 빛을 일찍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퍼펙트 블루에 사용된 작화상의 연출은 거의 실사 연출에 가까운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제작비의 한계로 인해 이를 수작업으로 모두 해결해야 했으니까요.

제 글을 읽으시면서 이 작품이 과연 그렇게 작화 퀄리티가 높은가? 의문을 가지게 될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간단하게 부연 설명 드리겠습니다.
영화건, 애니메이션 이건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은 ' 한정 ' 되어 있습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미국에 비해 열악한 제작환경을 갖고 있어 디즈니의 그것 처럼 초당 24프레임에 일일이 모두 다른 그림을 끼워 넣을 수가 없습니다. (돈이 있어야 말이죠..)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하고 있는 제작방식이 초당 16프레임(극장판), 12프레임(TV시리즈)삽입 방식입니다. 그런데, 24프레임에 다른 그림이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엔 결국 움직임이 끊어지게 됩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편법(?)을 쓰게 됩니다.

1. 모든 움직임에는 전체 움직임을 대표하는 포즈가 반드시 존재한다. 이것을 1번 포즈라 한다.
2. 1번 포즈를 결정짓기 위해서 머릿 속에 구상된 23장의 보조 포즈들 중 생략이 가능한 것들을 골라낸다.
3. 생략 불가능한 포즈들을 각 컴마(프레임)의 중간 움직임으로 잡고
4. 필요불가결한 중간 연결 그림들을 넣어
5. 24프레임을 ' 모두 사용한 것 처럼 ' 보이게 한다. (이게 핵심입니다.)

(일본의 연출자들은 제작비에 따라 매수를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연출자가 되지 못합니다.)
' 퍼펙트 블루 ' 에 사용된 동화 매수는 (이건 기업상 비밀에 속하기 때문에 정확한 매수를 이야기 드릴 순 없습니다만)
도저히 극장판 작품에 사용된 매수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 입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실사 연출이 무리 없이 구현되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타 작품과 비교하여 수작업 애니메이터들의 고충과 노력이 어떠하였는가를 반증해 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이 작품의 연출 방식이 독특하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그다지 동의하진 않습니다. 실사 연출이 ' 제대로 구현되었다는 것 ' 때문에 이와 같은 평가가 나오게 되는 것인데, 사실 이는 곤 사토시의 능력이라기 보단 MAD HOUSE 작화 인력들의 공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연출이 아무리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를 해도 결국 작화 인력들이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면 표현하지 않는 것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MAD HOUSE는 이 때부터 시작된 심리 스릴러물에 대한 작화 능력을 공인 받아 현재 우라사와 나오키 원작의
' MONSTER ' 를 제작 중에 있습니다. (거의 끝날 때가 ..되었죠..이제..)

이상 세 번째 포스트 ' 광기의 저택 - MAD HOUSE ' 이었습니다.
by 애니프로듀서 | 2005/06/29 09:58 | 거래처제작사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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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도라지 at 2007/10/01 14:06
구체적인 서술 덕분에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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