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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작, 작품뒤의 이야기
by 애니프로듀서
말로 잘 표현을 못하겠네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실 제 나이 쯤 되면 기대가 현실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겪기 때문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라 할 지라도 마음 속 어느 한 구석에선 그 실망에 대한 각오를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대하고 기다린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무브먼트를 이렇게 직격으로 맞게 되면 그냥 가슴만이 요동을 치게
되서.. 말문이 쏙 막혀버리게 되죠.. 신카이 감독님에겐 언젠가 이야길 드리겠지만 만나 뵙게 되면 그저 ' 의심해서 죄송했습니다. ' 라는 말 밖엔 안 나올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작품과 배급 쪽에서 상당 부분 관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 사실 제작 도중에도 알게 모르게 많은 압박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신카이 감독의 팬으로서 , 그냥 순수한 방관자 였다면 얼마나 좋았을 까 하는 딜레마로 올 한해 벌써 3개월이 지나는 동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가 하는 것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상영 시작후 아카리와 타카기의 재회 장면을 보는 순간,  전.. 객석에서 조용히 울었습니다.
신카이 감독님이 고맙기도 하고..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그 장면에서 모두 오버랩 되어서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하하..부끄럽기도 한데, 그 순간에서 울고 있던 저라는 인간.. 아마 앞으로 몇 십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원래 이렇게 제 감정 같은 걸 게재하는 걸 상당히 꺼려 하는 편인데,  오늘 이 순간 만큼은 참지 못하고 이렇게 끄적이게 되네요...

자, 작품의 감상 ...들어가겠습니다. 
금번 작품의 경우 제 진행 업무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로 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직배가 되려면 1년 가량의 시간 여유도 남아 있고.. 무엇보다 지금이 아니면 감상의 정확한 느낌을 글로 옮기지 못할 것 같아서 입니다.

1. 桜花抄의 의미


- 지난번 포스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 벛꽃을 내 가슴에 달아놓다 ' 라는 신카이 감독의 서정적 해석 이외에는 달리 없을 것 같습니다.  초반 아카리가 벛꽃 잎을 한 장 손에 쥐고, 지나가는 전차를 사이에 두며, 타카기 군에게 " 내년에도 함께 벛꽃을 보면 좋겠다 " 는 戀心의 한 마디는 두 주인공의 마음 속에 그대로 자리 잡게 됩니다.


2. 가슴에 달아놓은 벛꽃(사랑)의 모습

- 사랑이 찾아오는 것은 순간입니다.  하지만 과연 내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진짜 사랑의 모습인지 어떤지는 사실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알 수 있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꼭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을 만나서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을 지나쳐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도 점점 자기 가슴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걸 깨달아 가는 것이 삶을 살고 있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죠.

- 작품의 흐름 안에서 30분이라는 시간은 사실 어떻게 보면 엄청나게 짧은 시간입니다.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께서도
연출자가 의미 없는 내용으로 30분을 꽉 채우는 경우를 허다하게 보셨을 겁니다.  특히 아카리와 타카기가 초등학교 이후 서로 많은 시간을 기다렸다는 느낌을 관객들이 받게 하려면 30분은 너무나 버겁게 짧은 시간입니다. 

- 그러나 , 신카이 감독은 서로가 떨어져 지낸 그 몇 년의 시간을 타카기가 아카리를 만나기 위해 전차를 갈아타며 이동하는 시간 속으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전환시켜 버렸습니다.  타카기가 15:54분 발 신주쿠행 전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 부터 오후 23:15 분 도쿄 상행선 타카사키 선의 이와후네 역 까지 도착하기 까지의 약 7시간 반의 시간은 서로가 진짜로 느끼지 못하고 있던 자기 가슴 안의 사랑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가를 느끼게 하기에 잔인할 만큼 충분한 시간적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이를 보고 있던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함께 극장에서 감상했던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타카기가 우니까 나도 울어버렸다고요~ ㅎㅎ)

3. 사랑으로 발견된 지금의 현실

- 초등학교 및 중고교 시절은 사실 꿈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시절입니다.  아카리와 타카기가 가슴 속에 달아놓았던 사랑의 씨는 설사 자신 스스로 열매를 맺었다고 생각해도 그것을 소중히 다루지 않는한 순식간에 지게 됩니다. 아카리와 타카기가 가슴 속 안에서만 간직했던 사랑의 모습은 이제 많은 어려움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의 모습으로 탈바꿈 되고, 이제 그것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 많은 이들이 가슴 속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고민하지만, 그 이후에 예상되는 현실의 모습이 너무나 버거워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슴 속 순수한 꽃을 더럽히지 않고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마지막 장면은 현실 속에서 동화의 모습을 꿈꾸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이미 지나버린 가슴 아픈 시간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네요..



- 이 작품을 한 번 보시고 나면 아무도 없는 적막한 벌판이나 산 속에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실 분들이 많아질 걸로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그런걸 좀 좋아하는 편이라서 서울이나 서울 근교, 도쿄, 요코하마 , 교토 등에 그런 장소를 한 군데 씩은 꼭 물색해 놓거든요~ ^^;

- 이제까지의 신카이 감독님의 작품은 너무나 미려한 화면에 비해 캐릭터의 감정 이입이 어느 정도는 위축되어 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금번 작품을 통해 거의 완벽한 밸런스를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뭐 앞으로 보시게 될 수많은 팬들이 재평가 해 주시겠지만요.. ^ ^

- 아직 보시지 않은 분들이 많은 관계로 자세한 내용 이야기는 피하도록 하겠습니다만.. 조만간 제 2편 코스모넛 이 개봉되면 그 때 이 1화의 내용을 좀 자세히 헤집어 볼까 합니다.




by 애니프로듀서 | 2007/03/04 20:21 | 메이저제작사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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